걷는 방향 하나 바꿨을 뿐인데
세상은 새로운 얼굴을 보여줍니다.
오늘은 출발점을 반대로 바꿔봤습니다.
꾸지나무골해변에서 학암포해변까지 이어지는 서해랑길 72코스 역방향 트레킹.
바다와 숲, 논길과 마을길 사이를 거슬러 오르는 하루의 기록을,
감성을 담아 조심스레 풀어봅니다.
🏖️ 출발 – 꾸지나무골해변에서 시작된 역방향 여정: 파도의 인사가 먼저였다
아침 햇살이 수면 위를 노랗게 물들일 무렵,
모래발자국과 첫 인사를 주고받듯 꾸지나무골해변을 걸었습니다.
바닷물은 차갑게 발끝을 스치고,
파도 소리는 마음 안쪽으로 파문을 만들었습니다.
정방향이라면 여기서 끝을 맞이했겠지만,
역방향 하루는 이곳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모래사장을 떠나며, 나는
“오늘은 끝에서 출발하는 하루”라 말했죠.
해변을 빠져나와 작은 숲길로 들어서자,
아침 공기 속 소나무 향이 정성스럽게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그 향이 알려주듯, 길은 고요한 숲속으로 천천히 스며들었습니다.
🌾 논길과 어촌마을 사이 – 삶과 자연이 조용히 어우러지는 중간 구간
숲을 지나 논길을 걷다 보면,
흙길 위에 원래 있던 바람과
오늘 만난 햇살이 천천히 어우러집니다.
논둑 따라 걷는 동안,
벼 잎새가 고요히 말을 걸고
푸르름 속으로 조심스레 발을 디뎠습니다.
길은 어촌마을로 이어졌습니다.
작은 어선이 묶여있는 부두,
날 생선 냄새가 아직 바람에 남아 있는 주차장,
“이곳엔 매일의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이
걸음 하나하나에 전해졌습니다.
마을이 지나자 숲길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 숲길에서 만난 솔향은,
걷는 자의 등 뒤를 부드럽게 밀어준 동반자였습니다.
🌊 학암포해변에 도착하며 –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마주하다
마지막에는 다시 바다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학암포해변의 조약돌이
“어서 와, 여기야”라며
모래사장보다 더 단단한 손길로 나를 맞았습니다.
해안가 따라 걷던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여기서 끝나는 여정은, 오히려
시작을 준비하는 것 같았어요.
돌담과 방파제가 어루만지는 햇살,
구름이 바람 따라 밀려오는 모양,
그리고 바닷물이 다시 발을 적시는 것.
그 순간엔 아무 말도 필요 없었습니다.
잠깐 멈춰 바다를 마주했습니다.
“끝이 아니라, 그냥 또 하루를 건넜을 뿐.”
학암포해변에 도착했지만, 마음은 도착보다 더 부드러워져 있었습니다.
🗺️ 역방향 서해랑길 72코스의 정보 요약
구간 거리 소요 시간 특징
꾸지나무골해변 시작 | 약 7km | 약 2시간 | 해변→숲길→논길 |
마을길 중간 지점 | 약 5km | 약 1시간 | 어촌 풍경, 논·밭길 사이 |
학암포해변 도착 | 약 12km(총) | 약 3시간 30분~4시간 | 해안가 마무리, 풍경 다채로움 |
난이도: 중간 (주로 평탄하나 거리 있으며 일부 흙길 있음)
추천 준비물:
- 충분한 물과 간식
- 트레킹화 또는 운동화
- 가벼운 바람막이, 돗자리
- 선크림, 모자, 선글라스
🌿 마무리하며 – 역방향이 준 작은 위로
같은 길이라도, 방향이 바뀌면
속도가 다르게 느껴지고
풍경의 의미도 달라집니다.
꾸지나무골에서 시작해
숲과 마을을 지나
학암포에서 마무리한 하루는
‘끝에 가 닿기 위해 출발했다’는 느낌보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걷고 나니,
“내 마음의 방향도 다시 정렬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 걸어도, 함께 걸어도 좋은 길.
역방향으로 걸으면,
이국 같지 않지만
조금 다른 세상을 보는 것처럼
새로운 시선을 얻습니다.
"서해랑길 72코스 역방향 트레킹 –
꾸지나무골해변에서 학암포해변까지,
그리고 나답게 다시 서는 하루."